오늘은 20년 뒤를 내다본 장례문화중 고인의 SNS와 데이터를 이어받는 디지털 아바타 상속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죽음 이후에도 남는 ‘디지털 흔적’
현대인의 삶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살아갑니다. 하루에도 수십 장의 사진을 올리고, 수많은 메시지를 남기며, 계좌·구독 서비스·게임 아이템 등 디지털 자산을 쌓아갑니다. 우리가 죽은 뒤에도 이러한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인터넷과 클라우드 속에 남습니다.
실제로 페이스북에는 이미 고인이 된 사용자의 계정이 수천만 개 이상 남아 있다고 합니다. 향후 50년 뒤에는 살아 있는 사용자보다 사망자의 계정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는 곧 “디지털 사후세계”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남겨진 이 데이터와 계정을 누가 관리하고, 어떻게 상속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집과 땅, 금전이 상속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SNS 계정, 유튜브 채널, 클라우드 저장소, 심지어 인공지능 아바타까지 새로운 상속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아바타 상속의 등장 – 살아 있는 기억
최근 기술 발전은 단순히 계정을 남기는 수준을 넘어, 고인의 데이터로 만든 AI 아바타를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AI 대화형 아바타
고인의 음성, 말투, 채팅 기록을 학습한 AI가 만들어져, 유족은 고인과 대화를 나누듯 추억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텍스트·사진·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 인물을 생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SNS 계정의 ‘메모리얼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은 유족이 신청하면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프로필은 남아 있지만, 새로운 게시물 업로드는 막히고, 친구들은 고인을 추억하는 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무덤이자 디지털 추모관의 역할을 합니다.
*디지털 자산 상속
온라인 뱅킹, 가상화폐, NFT, 구독형 서비스 등도 중요한 상속 대상입니다. 구글은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통해 일정 기간 접속이 없을 경우 지정한 가족에게 데이터를 전달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애플 역시 디지털 유산 관리자를 지정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아바타 상속은 단순한 유산 관리가 아니라, “고인의 삶과 기억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윤리와 사회적 과제 – 어디까지가 추모일까?
디지털 아바타 상속은 매혹적인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많은 논쟁과 윤리적 문제를 불러옵니다.
*프라이버시와 동의 문제
고인이 생전에 원하지 않았던 데이터가 사후에 공개되거나, AI 아바타로 재현되는 것은 심각한 윤리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전에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해, 데이터 활용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심리적 의존성
유족이 AI 아바타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애도 과정을 늦추거나 현실과의 경계를 흐릴 수 있습니다. ‘떠난 이를 잊지 않겠다’는 것과 ‘떠나지 못하게 붙잡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법적 제도 미비
아직 많은 나라에서 디지털 자산 상속 관련 법률은 초기 단계입니다. 계정 소유권을 개인 자산으로 볼 것인지, 플랫폼의 권리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아바타 상속은 점차 사회 전반에 확산될 것입니다. 특히 미래 세대에게는 ‘유산 = 물리적 재산’이라는 개념보다 ‘기억과 데이터의 상속’이 더 큰 의미를 가질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남기는 사진 한 장, 짧은 메시지 하나, 블로그 글 한 편이 모두 미래에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기억의 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은 죽음을 끝이 아닌 디지털 불멸의 시작으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아바타 상속은 아직 논란이 많은 신생 개념이지만, 분명히 인류의 장례 문화와 상속 개념을 재편할 혁신입니다. 미래의 장례식장에서 우리는 무덤 앞에 서는 대신, 고인의 디지털 아바타와 대화하며 그들의 삶을 기릴지도 모릅니다.
그날이 왔을 때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기억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일 것입니다.